Booktobee 편집팀의 선택 · 신작 연재
계산기를 켜지 못한 아침
『가산동 김과장의 반도체 고시』 — 롱 베이케이션 · 평범한 K-직장인의 계급 상승 분투기
연봉 인상률 2.8퍼센트, 친구의 성과급 6천만 원. 두 숫자 사이에 선 한 사람의 아침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작가
- 롱 베이케이션
- 연재처
-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 연재 시작
- 2026.10.13 · 1화 공개
- 읽는 시간
- 1화 약 10분
새벽 2시 47분, 가산디지털단지 12층. 여덟 시간째 남의 회사 서버를 살려 놓은 과장 김태오의 메일함에 인사팀의 안내가 와 있다. 금년도 연봉 인상률 2.8퍼센트. 그는 공학용 계산기를 집어 든다. 152만 원을 열두 달로 나누고, 세금을 빼고, 반올림한다. 한 달 10만 원. 회사가 매긴 그의 1년이다.
같은 아침, 고등학교 단톡방에는 친구의 입금 화면이 올라온다. 세전 6천만 원짜리 성과급. 모의고사도 학점도 늘 자기가 앞섰던 친구다. 소설은 여기서 설명을 멈춘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나눗셈은 읽는 사람에게 맡긴다. 그 마흔 배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순간, 독자는 이미 태오의 자리에 앉아 있다.
이 소설이 붙잡는 힘은 과장이 없다는 데 있다. 일은 내가 하고 전화는 부장이 받는 7년. 남은 사람에게만 붙는 '의리'라는 칭찬. 회사 이름 대신 동네 이름이 명함이 되는 감각. 한국 사무실에서 매일 오가는 말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을 뿐인데, 읽다 보면 누구나 자기 메일함 하나쯤 떠올리게 된다. "결과가 과거를 다시 썼다"는 한 줄은, 이 작품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미리 보여 준다.
1화는 작은 선택으로 끝난다. 태오는 친구의 22억짜리 아파트 집들이에 가겠다고 답하고, 그 집값을 자기 인상액으로 나눠 보려다 계산기를 켜지 않는다. 그 숫자를 보면 토요일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그는 이 아침을 지나 대기업 하이트론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또 다른 계급의 벽과 마주한다. 제목의 '고시'가 약속하는 것은 합격이 아니라, 합격 뒤에도 남는 질문일 것이다.
연봉 협상 메일을 열고 계산기부터 찾아본 적이 있는 분, 『미생』의 건조한 현실감이 그리운 분, 친구의 축하 메시지를 세 번 고쳐 쓴 적이 있는 분께 권한다. 1화는 10분이면 읽는다. 다 읽고 나면 토요일이 궁금해질 것이다.
2026년 10월 13일 공개된 1화를 읽고 Booktobee 편집팀이 썼습니다. 연재가 이어지면 이어서 씁니다. 본문은 밀리로드에서 읽을 수 있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Booktobee 에서 책을 서재에 담으면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공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